"몸보신이 필요했다, 그 뿐이었다"
요즘은 일이 밀물처럼 몰려들고, 하나를 끝내기도 전에 다음 일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마저 이름뿐인 휴일이 되어버린 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바쁜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정신은 흐릿해질 즈음, 뜻밖의 제안이 들려왔다.
“오늘 점심은 회식 겸 몸보신 삼계탕 어때요?”
회사에서 배려로 마련한 삼계탕 회식 제안은 그야말로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누구 하나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평소에 자주 접할 수 있는 메뉴도 아니고, 따뜻한 국물과 부드러운 닭고기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녹여준다는 걸 다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고구려 삼계탕》.
이름부터 건강해지는 기운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한숨 돌림’이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 매장정보
고구려 삼계탕
전화번호 : 033-637-9647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속초시 중앙로82번길 11 (주소를 누르면 네이버지도로 링크됩니다.)
주차공간 : 없음, 유료공영주차장과 길가(혼잡해서 불가)
여는시간 : 10:00~20:00
브레이크타임 : 없음
라스트오더 : 없음
영업마감 : 20:00
"첫 인상"
고려삼계탕의 외관은 번쩍이는 간판이나 대형 음식점의 포스는 없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마치 오래된 지인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정감 어린 분위기가 펼쳐진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공간이지만, 내부는 생각보다 잘 정리되어 있고, 각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 소규모 손님은 물론 회사 단위의 회식 자리로도 손색이 없다.
방마다 따로 앉을 수 있는 구조 덕분에 북적이는 식당 특유의 소음 없이 편안한 식사가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접근성이다.
가게 바로 앞에 넉넉한 전용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근처 길가에 주차하거나 유료 공용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주차 공간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니, 여유롭게 방문 일정을 잡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점심이나 저녁 시간대에는 가게 주변 도로도 다소 혼잡할 수 있어 참고하면 좋다.
"메뉴판"
속초의 삼계탕 맛집 고구려삼계탕에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벽면에 정갈하게 걸린 메뉴판이었다.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세심하고 다채로운 구성임을 느낄 수 있었다.
기본 메뉴는 한방삼계탕(17,000원)이다. 삼계탕의 클래식한 메뉴로, 담백하면서도 한방의 깊은 맛을 살린 요리로, 부담 없는 가격에 전통 삼계탕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전복삼계탕(19,000원)도 인기 메뉴 중 하나로, 쫄깃하고 깊은 바다 향이 느껴지는 전복이 통째로 들어가 있어 평소보다 특별한 보양식을 원할 때 만족도가 높다.
다소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자 한다면, 전복·능이삼계탕(24,000원)이 딱일듯 하다. 두 가지 고급 재료가 함께 들어간 만큼 가격은 다소 높지만, 그만큼 진한 맛과 고급스러운 조화를 기대할 수 있다. 특별한 날이나 중요한 손님을 대접할 때 이 메뉴 하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될 것이다.
주류와 사이드 메뉴도 깔끔하게 갖춰져 있다. 복분자(12,000원), 인삼주(8,000원)는 삼계탕과 완벽한 궁합을 이루는 전통주로,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기에 제격이고, 소주(4,000원), 맥주·청하(각 5,000원)는 일반적인 회식 자리에서 가볍게 즐기기 좋다.
공기밥(1,000원)과 음료수(2,000원)도 별도 주문이 가능해, 삼계탕만으로 부족한 이들에게도 알맞은 구성이었다.
무엇보다 메뉴판 상단에 적힌 "모든 재료는 국내산만 취급합니다"라는 문구가 신뢰감을 더해주었다. 식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다는 느낌이 들었고, 실제 음식에서도 그 공들인 흔적이 느껴졌다.
"삼계탕 18,000 - 건강한 맛"
인고의 1000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리는 동안, 겨우 삼계탕이 등장했다. 속초에는 삼계탕을 파는 집이 여럿 있지만, 그중 고려삼계탕은 단연코 기억에 남는 한 그릇이었다.
비슷비슷한 외관과 가격대를 가진 삼계탕 사이에서 이곳이 특별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첫 숟가락을 뜨는 순간부터 퍼지는 구수한 향 때문이었다.
황기의 깊고 은은한 향이 진한 닭 육수와 절묘하게 어우러져, 마치 오래 끓인 한약처럼 속을 다스려주는 느낌이랄까.
푹 고아진 닭은 젓가락만 대도 부드럽게 결이 갈라지고, 속을 가르면 찹쌀밥과 통인삼, 마늘이 듬뿍 들어 있어 진정한 보양식을 먹는다는 실감이 들었다.
국물은 맑고 시원하면서도 묵직한 깊이가 있어, 짜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은 맛의 균형이 탁월했다.
특히 닭의 진한 풍미와 황기의 은근한 쌉싸래함이 어우러진 국물은 자꾸만 숟가락을 움직이게 만들었고, 끝까지 식지 않도록 뚝배기에 담겨 나와 따뜻함을 유지해 주는 배려도 고마웠다.
고려삼계탕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 경험에 가까웠다.
속초 바닷바람을 맞고 난 뒤, 따뜻한 한 그릇이 생각난다면 이곳을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다.
"맛있어서 멈출 수 없는, 겉절이와 깍두기"
삼계탕 맛집을 평가할 때, 메인 요리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겉절이와 깍두기다.
국물 요리와 함께 곁들여지는 이 반찬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육수도 뒷맛이 아쉽게 남는다.
그런 점에서 고구려삼계탕의 반찬 구성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먼저, 겉절이는 상에 놓이자마자 시선을 끌었다.
갓 버무린 듯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었고,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 덕분에 삼계탕의 깊은 맛을 해치지 않았다.
은은한 단맛과 깔끔한 간이 조화를 이루어, 삼계탕 국물 한 숟갈 뒤에 곁들이기 딱 좋은 반찬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리필이 가능하다는 것.
먹을 때마다 계속 가져다주시는 사장님의 센스 덕분에, 팀원들 모두 “이 겉절이는 그냥 밥반찬으로도 최고”라며 젓가락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주인공, 깍두기.
깍두기는 종종 오래돼서 물컹한 식감이 도드라지거나, 반대로 너무 덜 익어 무채 맛만 날 때가 있다.
하지만 이곳의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함과 시원한 맛이 훌륭한 균형을 이뤘다. 지나치게 시지도 않고, 입안을 산뜻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처음엔 '방문객이 많다 보니 매번 갓 담근 깍두기만 내오는 건 아닐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한 입 베어문 순간 그런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다.
오히려 이곳은 손님이 많기 때문에 깍두기도 빠르게 회전되며,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사실 국밥집이나 삼계탕집에 가는 사람들 중 일부는 메인보다 겉절이와 깍두기의 맛을 기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만큼 반찬이 음식의 전체 인상을 결정짓기도 하기 때문인데, 고구려삼계탕은 그런 기대마저도 충실히 만족시켜 주는 곳이었다.
"결론 - 맛좋은 보양식으론 제격, 접근성 아쉬워"
속초 고구려삼계탕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몸과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보양식집으로 손색이 없다.
한방삼계탕부터 능이, 옻, 전복까지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메뉴 구성은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삼계탕 특유의 진하고 깊은 국물 맛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겉절이와 깍두기처럼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반찬마저도 정성스럽고 균형 있게 준비되어 있어, 전체적인 식사의 만족도를 한층 높여주었다.
다만 전용 주차장이 없어 길가 주차나 유료 공용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은 방문 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끼 보양을 원한다면, 고구려삼계탕은 분명 그 가치를 증명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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